회생기업의재도전을 가로막는규제와 제도개선방안 (1편)

회생기업의 가혹한 잣대, 금융의 문턱

회생기업에 닫혀버린 금융의 출입구, 보증기관의 구상채권

회생기업의 지워지지 않는 낙인, 신용정보의 그림자

한국기업회생협회 윤병운 회장, 회생기업의재도전을 가로막는규제와 제도개선방안

 

[중소깅업연합뉴스]윤병운 칼럼니스트 = 기업회생제도의 목적은 채무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업가치가 남아 있는 기업을 살려 일자리와 거래망을 유지하고, 채권자의 회수 가능성도 높이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법원이 회생계획을 인가해도 금융거래, 보증, 공공조달, 인허가, 세금, 투자유치 등에서 여러 제약이 계속된다. 결국 기업은 법적으로는 살아났지만 경제적으로는 정상기업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이른바 '회생 이후의 절벽'에 부딪히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재도전 저해 규제는 법률상 금지 규정만을 뜻하지 않는다. 법령과 행정규칙에 따른 직접적인 제한, 금융기관·보증기관·공공기관의 내부 심사기준, 그리고 거래처와 시장이 회생 이력만으로 거래를 거절하는 관행까지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제도개선도 법률 개정만으로 끝내서는 안 되고 금융·보증·조달·세제·신용평가·민간거래 관행을 함께 바꿔야 한다.

 

1. 정상기업보다 가혹한 잣대, 금융의 문턱

회생기업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난관은 신규 운전자금 조달이다. 회생절차 개시나 회생계획 인가 이력이 신용평가에 부정적으로 반영되면서, 기존 대출의 연장이나 한도 유지조차 쉽지 않고 신규 대출 심사에서는 사실상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대출이 이뤄지더라도 금리가 오르거나 추가 담보와 대표자 보증을 요구받기 일쑤이며,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나 구매자금대출 같은 정상적인 상거래 금융마저 제한된다. 문제는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보다 과거의 연체와 부실 이력이 더 강하게 평가된다는 점이다. 회생기업은 채무조정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과거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평가 받는다. 이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환자를 수술 전 검사 결과만으로 계속 중환자로 분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금이 공급되지 않으면 원재료 구입, 임금 지급, 수주 이행이 어려워지고 기업은 다시 유동성 위기에 빠진다. 회생계획이 실패하는 원인은 사업성 부족이 아니라 '회생 이후 자금공급 단절'에 있는 셈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먼저 회생기업 전용 신용평가모형을 도입해 과거 연체 이력보다 회생계획 수행률, 최근 영업현금흐름, 신규 수주와 거래처 유지율, 이자상환 능력, 조정 후 부채비율, 경영진 교체와 지배구조 개선, 신규 투자자의 자금투입 여부 같은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또한 단순히 회생절차 이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출심사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고, 거절할 때는 구체적인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 확대도 필수적이다. 2026년 중소벤처기업부는 회생인가 기업 전용자금 50억원을 편성해 재창업·재도전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회생기업 수와 필요한 운전자금 규모를 고려하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전용자금을 수백억·수천억원 단위로 확대하고 중진공, 산업은행, 기업은행, 캠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 2026 재도전 지원방안 참조)

 

이런 변화가 이뤄지면 회생계획의 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흑자도산과 재부실을 막을 수 있다. 정책금융의 회수 가능성도 향상되며, 고용과 협력업체와의 거래도 유지된다. 나아가 회생절차의 조기종결도 촉진될 것이다.

 

2. 닫혀버린 금융의 출입구, 보증기관의 구상채권

회생기업이 과거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이용했다면, 금융기관의 보증사고 처리와 보증기관의 대위변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보증기관은 기업이나 연대보증인에 대해 구상채권을 갖게 되고, 회생계획에 따라 채무가 조정됐더라도 신규 보증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보증은 사실상 금융의 출입구인데, 이 문이 닫히면 은행대출도 함께 막힌다. 특히 과거 보증사고가 신규 심사에서 절대적인 탈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법인 채무와 대표자 개인의 구상채무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기관마다 재기지원 기준과 면책·채무조정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문제를 키운다. 성실하게 회생계획을 이행해도 보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기술력보다 과거 사고 이력이 우선되는 심사구조가 여전히 굳건하다.

 

해법은 회생계획 인가 후 일정 기간 성실히 변제한 기업에는 신규 보증을 허용하고, 기존 구상채권과 신규 보증을 분리하는 '재도전 보증계정'을 별도로 설치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의 재기지원 기준을 통일하고, 대표자에게 고의나 사기, 횡령이 없는 경우에는 구상채무 조정을 확대해야 한다. 기술성과 수주계약을 중심으로 한 특별보증을 도입하고, 신규자금에 대해서는 보증기관과 정책은행이 위험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구조도 검토할 만하다. 이렇게 되면 담보가 부족해도 기술과 영업력을 가진 기업이 다시 운전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보증기관 역시 무조건 채권을 추심하는 것보다 기업을 정상화해 장기적으로 회수율을 높이는 편이 유리해진다.

 

3. 대표자에게 씌워진 무한책임의 굴레

회생법인과 대표자는 법적으로 별개의 주체지만, 현실에서는 법인 회생이 곧 대표자의 개인 신용위기로 이어진다. 대표자가 금융기관, 보증기관, 임대인 또는 거래처에 보증을 제공했다면 법인의 채무가 조정되더라도 대표자의 책임은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대표자는 개인재산 압류와 강제집행, 금융거래 및 카드 사용 제한, 신규법인 설립 후 자금조달 곤란 등의 문제를 겪는다. 경영활동에 집중하기보다 개인채무 대응에 시간을 뺏기고, 회생기업에 필요한 추가자금을 투입하지 못하며, 경영권을 유지하더라도 실질적인 경영 수행이 어려워진다. 정책금융권의 연대보증은 상당 부분 폐지됐지만, 민간금융과 상거래 보증, 기존 구상채권 등에서는 여전히 책임 문제가 남아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대표자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성실실패'와 '도덕적 해이'를 분리하는 접근이다. 횡령·배임·재산도피·분식회계가 없는 대표자에게는 채무조정을 확대하고, 법인의 회생계획과 대표자의 채무조정을 동시에 심사하는 통합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일정 금액을 변제하면 잔여 구상채무를 감면하는 분할정산제를 도입하고, 성실경영평가 결과를 금융·보증기관이 공동으로 활용하며, 대표자가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고 경영권을 이양한 경우에는 책임감면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성실경영 심층평가에서 기술·사업성 비중을 강화하고, 우수 재창업자에게는 과거 회생·파산·연체 정보를 금융심사에서 가림 처리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일부 재창업 지원사업에 그치지 않고 회생법인과 대표자 전체로 적용범위를 넓혀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중소기업 재기지원 활성화 방안 참조)

 

그래야 정직하게 실패한 기업인이 지하경제로 밀려나지 않고 다시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책임경영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무한책임에 가까운 구조를 정상적인 유한책임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

 

4. 지워지지 않는 낙인, 신용정보의 그림자

회생절차와 관련한 정보는 법원, 금융기관, 신용정보회사, 보증기관 등에 남는다. 정보 등록 자체는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회생계획을 성실히 수행한 뒤에도 과거 이력이 반복적으로 부각되면 정상적인 신용 회복이 어려워진다. 회생인가 이후에도 신용점수 회복은 더디고, 대표자의 개인신용과 법인의 신용은 사실상 연동돼 있으며, 금융기관마다 정보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기준도 제각각이다. 오래된 부실정보가 현재의 사업성과 보다 크게 작용하고, 이미 조정되거나 변제된 채무조차 실무상 계속 위험요인으로 평가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보를 삭제하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정보의 정확한 상태 표시'와 '사용 목적의 제한'이다.

 

구체적으로는 회생신청, 개시, 인가, 종결의 단계를 구분해 정보를 표시하고, 회생계획 수행률과 정상거래 실적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인가 후 일정 기간 성실히 이행한 기업에는 정책금융 심사에서 과거 부실정보를 가림 처리하고, 회생종결 이후 불필요한 정보의 보존기간은 단축해야 한다. 이미 면책·감면·출자전환된 채무는 미상환 연체채무와 명확히 구분하고, 신용정보 오류를 신속히 정정할 수 있는 통합민원 창구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개선이 이뤄지면 신용정보의 정확성은 유지하면서도 회생기업이 과거의 실패에 영구적으로 묶이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고, 금융기관도 기업의 현재 상환능력을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5. 공공조달 시장에서도 이어지는 불이익

공공조달은 회생기업이 안정적인 매출과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장이다. 그러나 입찰과 우수제품 지정 과정에서 신용등급, 부채비율, 유동비율 등 과거 재무제표 중심의 평가가 그대로 적용되면 회생기업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조달청 우수제품 지정에서도 신용평가등급에 따른 경영상태 평가 결과가 '부적합'으로 나오면 신청 자체가 제한된다. 기술이 우수하고 납품능력이 있어도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시장 진입이 막힐 수 있다는 뜻이다. (조달청 우수제품 지정 관리규정 참조). 

 

문제는 회생 직전의 재무제표에는 부실이 그대로 반영돼 있지만, 회생인가를 통해 부채가 조정된 효과는 다음 결산기까지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회생인가 기업에는 최근 재무제표 대신 인가 후 조정재무제표를 인정하고, 회생절차 이력만으로 입찰 참가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기술력, 납품실적, 생산능력, 수주잔고의 평가비중을 확대하고, 계약이행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기업에는 정책보증을 연계해야 한다. 성실하게 회생계획을 이행하는 기업에는 공공구매 가점을 부여하고, 회생기업 전용 혁신제품 실증·구매 트랙을 운영하며, 선금 지급 비율을 확대하고 대금지급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공공기관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의 퇴출을 막을 수 있고, 회생기업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해 금융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정부가 직접 재정을 지원하지 않고도 구매를 통해 기업 정상화를 돕는다는 점도 이 방안의 장점이다.

 

회생기업이 마주한 재도전의 장벽은 금융과 보증, 대표자 책임, 신용정보, 공공조달까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이 가운데 어느 한 영역만 손질해서는 '회생 이후의 절벽'을 넘어서기 어렵다. 다음 편에서는 인허가와 세제, 민간거래 관행에서 나타나는 재도전 저해 요인과 개선방안을 이어서 살펴본다.

 

문의 : (사)한국기업회생협회 / www.kocota.org / 1800-5250

작성 2026.08.03 07:36 수정 2026.08.0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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