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연합뉴스] 김준수 기자 = 2026년 7월 1일부터 상장폐지 요건이 대폭 강화되었다. 시가총액 기준은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으로 상향되었고, 2027년 1월에는 각각 500억원과 300억원이 된다.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에 대한 요건이 신설되었으며, 공시벌점 기준은 최근 1년간 누적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졌다.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벌점 누적과 무관하게 단 한 번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실질심사 사유에 추가되어 2026년 상반기 반기보고서부터 적용된다.
제도만 바뀐 것이 아니다. 거래소는 2027년 6월까지 상장폐지 집중관리기간을 운영하면서 20명 규모의 전담 조직을 두었고, 코스닥본부 경영평가에 상장폐지 실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중 코스닥 상장사 150개 내외가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5년 코스닥 상장폐지 결정이 38건으로 2023년 8건, 2024년 20건에서 급증한 흐름의 연장선이다.
실질 심사 대상 통보를 받은 회사가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대개 가처분이다. 상장폐지결정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본안에서 다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순서가 잘못되었다.
상장폐지 결정은 행정 처분이 아니다. 거래소와 상장법인 사이의 상장계약에 기초한 사법상 행위이므로, 행정소송이 아니라 민사상 무효확인의 소와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다투게 된다.
그리고 법원은 기업심사위원회와 시장위원회라는 전문가 심의를 거쳐 이루어진 판단을 원칙적으로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현저히 정의에 반하여 거래소의 재량을 넘어선 경우에만 위법할 수 있다고 본다. 법원이 상장유지 적격성을 처음부터 다시 판단해 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상장폐지 결정이 무효로 확정된 사례가 있다. 2018년 감사의견 거절을 이유로 상장폐지가 결정된 코스닥 상장사 감마누 사건이다. 정리매매가 이미 시작된 상태에서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했고, 회사는 무효확인 소송에서 1심과 항소심을 모두 이겼으며,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면서 2020년 8월 매매거래가 재개되었다. 상장폐지 결정을 소송으로 되돌린 사상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되었다.
여기서 오해가 생긴다. 감마누 이후 상장폐지 통보를 받은 회사들이 이 사건을 선례로 들고 소송을 준비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감마누는 선례가 아니라 예외다. 상장폐지결정을 다투는 소송 자체는 그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회사가 이긴 것은 감마누가 처음이었고, 그 이후로도 거래소가 상장폐지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수많은 가처분과 본안소송 가운데 단 한 건이다.
필자는 당시 한국거래소 법무팀에서 상장 폐지 관련 소송 실무를 담당했고, 감마누 사건 역시 그 업무 범위 안에 있었다. 내부에서 무엇이 쟁점이었는지를 밝힐 수는 없다. 다만 판결문에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이겼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긴 이유다. 법원이 무효로 본 근거는 감마누에게 상장폐지 사유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었다. 회생절차의 개시, 상장폐지사유 해소를 위한 회사의 노력, 재감사보고서의 제출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거래소가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할 수 있었음에도, 6개월이라는 개선기간 규정에 얽매여 이를 부여하지 않은 채 상장폐지결정을 했다는 점이었다. 다툼의 대상은 처음부터 실체가 아니라 개선기간이었다.
여기서 세 가지를 읽어야 한다. 첫째, 회사를 살린 것은 소송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가처분 인용으로 정리매매가 중단되었고, 그 사이인 2019년 1월 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변경하면서 국면이 완전히 바뀌었다.
거래소는 결과적으로 적정 의견을 받은 회사를 상장 폐지한 셈이 되었다. 가처분이 상장폐지 사유를 없애준 것이 아니라, 회사가 스스로 사유를 없앨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그 시간 안에 해소할 수 있는 사유가 없는 회사에게 가처분은 정리매매를 몇 달 뒤로 미루는 절차에 불과하다.
둘째, 회사는 이겼지만 주주는 이기지 못했다. 상장폐지 당시 주주였던 개인 308명과 법인 1곳이 거래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는 1심에서 전부 기각되었다. 상장계약의 당사자는 거래소와 회사이지 주주가 아니고, 상장폐지결정이 무효로 판단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이전에 이루어진 매매거래정지까지 곧바로 위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였다.
상장 폐지 소송에서의 승소는 지위의 회복이지 손해의 회복이 아니다. 경영진이 주주에게 소송을 승리의 서사로 설명할 때 이 간극을 빠뜨리면 나중에 더 큰 분쟁이 된다.
셋째, 승소 논리가 개선기간이었다는 것은 소송의 승패가 이미 개선기간 심의 단계에서 결정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법원이 심사한 것은 거래소가 무엇을 고려할 수 있었는가였고, 그 고려의 재료는 전부 회사가 심의 전에 제출해 둔 자료였다.
재 감사보고서를 받아낼 수 있다는 사정, 회생절차의 진행 경과, 사유 해소를 위한 구체적 노력. 이런 것들은 심의가 끝난 뒤에 소송대리인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
그런데 2026년에는 그 시간이 줄었다. 코스닥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바뀌었고, 부여할 수 있는 최대 개선기간은 2년에서 1년 6개월로, 다시 1년으로 단축되었다.
1심에서 최대 1년, 2심에서 최대 6개월이다. 감마누는 상장폐지 결정에 이르기까지 감사의견 제출기한 연장과 개선기간을 여러 차례 부여받았던 사안이다. 지금의 제도에는 그만한 여유가 없다. 거래소가 부여할 수 있는 개선기간의 폭이 좁아졌다는 것은, 부여하지 않은 것이 재량권 일탈이라고 주장할 여지도 함께 좁아졌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무엇을 언제 해야 하는가.
첫 번째 분기점은 실질심사 대상 결정 이전이다. 횡령·배임 혐의 발생, 감사의견 비적정, 최대주주의 반복적 변경, 자본잠식 확인처럼 실질심사의 단초가 되는 사실이 생긴 그 시점부터가 대응의 시작이다.
이 시점 이후의 자금 조달, 인사, 공시는 모두 나중에 기록으로 읽힌다. 심사가 개시된 뒤에 급하게 이루어진 유상증자나 임원 교체는 개선의 증거가 아니라 심사를 의식한 행위로 평가되기 쉽다.
개선 계획서는 의지의 표명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이행 계획이어야 한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문장이 아니라, 누가 언제까지 무엇을 하고 그 이행을 누가 확인하는지가 적혀 있어야 한다.
자본 확충은 계획이 아니라 투자확약서와 납입증빙까지, 인적 청산은 사임서가 아니라 지분 정리와 특수관계 해소까지 나아가야 한다. 심의에서 실제로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것은 계획의 훌륭함이 아니라 계획 중 이미 이행이 끝난 부분의 비율이다.
소명 자료는 다른 공적 자료와 어긋나서는 안 된다. 소명서에 적힌 매출 전망이 감사보고서, 정기공시, 세무자료와 맞지 않으면 그 항목 하나가 부정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회사가 제출한 나머지 소명의 신뢰성까지 함께 떨어진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보는 실패가 이것이고, 대개는 부서별로 따로 작성한 자료를 대조하지 않은 데서 생긴다.
반면 형식적 요건은 다투는 것이 아니라 계산하는 것이다. 시가총액, 주가, 자본잠식에는 거래소의 재량이 거의 없다. 재량이 없으면 재량권의 일탈·남용도 없고, 소송의 여지도 사실상 없다.
특히 주식병합이나 감자로 주가 요건을 회피하려는 경우, 판단의 기준일이 이사회 결의일이나 주주총회 결의일이 아니라 변경상장일이라는 점, 관리종목 지정 후 일정 기간 내 병합·감자의 총비율이 10대 1을 초과하면 그 자체가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는 점 때문에 날짜와 비율의 계산 하나로 결과가 갈린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소송대리인이 아니라 달력과 계산기다. 결국 상장폐지 대응은 심의일에 하는 일이 아니다. 심의일에는 이미 제출된 서류로만 싸우게 된다. 소송은 그보다도 뒤에 있다.
거래소를 상대로 이긴 회사는 아직까지 극소수일뿐이고, 위 사례 건조차 소송이 이긴 것이 아니었다. 감마누를 살린 것은 가처분이 아니라 그 사이에 받아낸 적정 의견이었다. 가처분은 상장폐지 사유를 없애주지 않는다. 시간을 줄 뿐이고, 그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심의가 열리기 전에 이미 정해져 있다.
[칼럼 제공 : 기업 상장 전문가 정선 변호사]
변리사(Bio 전문), 前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부, 법무팀, 심리부 역임)
문의 : sun.jung230718@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