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남구 ‘하우투스피치학원’ 이서영 원장 |
말을 잘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말을 잘했을까.
강남구 논현동에서 하우투스피치교육원을 운영하는 이서영 원장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단순하지 않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 앞에서 유창하게 말하던 사람이 아니었다. 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온 뒤 사투리와 낯선 환경, 많은 사람들 앞에서의 쑥스러움 속에서 오히려 조용한 아이로 성장했다.
그런 그가 뮤지컬을 전공했고, 방송인이 됐으며, 결국 사람들의 말하기를 가르치는 교육자가 됐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시행착오를 교육의 언어로 바꾸어 10년넘게 수강생들을 만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말하기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순간부터 답변에는 불필요한 수식이 거의 없었다. 문장은 짧고 명확했으며, 질문의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 뮤지컬과 방송을 거쳐 오랜 시간 스피치를 가르쳐온 사람에게서만 나올 법한 리듬이었다.
하지만 이서영 원장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지금의 능숙함은 타고난 재능보다 수많은 실패와 질문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사진 = 강의중인 이서영 원장 |
“저도 처음부터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어린 시절의 이서영은 말보다 관찰에 익숙한 아이였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뒤에는 사투리 때문에 더욱 조용해졌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았다. 대신 매체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막연하게 배우를 꿈꾸던 소녀는 결국 뮤지컬을 전공하며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무대는 생각보다 냉정했다.
소리를 내는 일도, 몸을 쓰는 일도 기대만큼 쉽지 않았다. ‘이 길이 정말 내 길일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그래서 아나운서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찾아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녔고,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NS홈쇼핑과 MBN, 채널A 등에서 방송 경험을 쌓았다.
그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
방송을 한 번 하고 일을 그만두게 된 경험도 있었고, 순간적인 애드리브가 나오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다. 머리가 새하얘져 방송이 끝난 뒤 화장실에서 나오기 싫었던 기억도 있다.
돌이켜보면 그 실패들이 훗날의 교육자가 되는 데 중요한 재료가 됐다.
“사람들 앞에서 말을 못하고 머리가 하얘지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제가 너무 잘 알아요. 목소리를 표현하는 게 왜 어려운지도 알고요.”
말하기를 가르치는 사람이 된 것은 어쩌면 말을 잘하기 위해 수없이 애썼던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 셈이다.
![]() ▲ 사진 = 하우투스피치학원 |
말하기의 어려움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9세에 스피치 교육으로 진로를 전환했다. 처음에는 키즈 스피치와 성인 스피치 교육을 함께 진행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적성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말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왜 머리가 하얘지는지, 왜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운지 이해가 됐어요. 그때부터 스피치 교육에 완전히 전향했죠.”
다른 스피치 교육기관에서 강사로 활동한 뒤 2~3년 후 하우투스피치교육원을 열었다. 그렇게 시작한 교육원이 어느덧 9년 차가 됐다.
현재 하우투스피치교육원에서는 목소리 교정과 스피치코칭, 프레젠테이션, 발표, 면접, 강사 교육 등을 1대1 중심으로 진행한다.
특히 이 원장이 스스로 꼽는 강점은 ‘현장을 놓지 않는 것’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교육을 이어가면서 책을 쓰고 논문을 연구하고 외부 활동도 병행한다. 이미 두 권의 책을 출간했고, 스피치 교육의 효과를 실제 수강생들의 경험을 통해 살펴본 논문도 작성했다. 현재는 세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도 다양한 케이스가 저에게 더 쌓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에게 성실함은 거창한 수사가 아니다. 계속 배우고, 쓰고, 연구하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교육자의 태도에 가깝다.
▲ 사진 = 강연중인 이서영 원장 |
‘매력 있는 사람들의 말하기’를 담아내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세 번째 책의 주제는 ‘매력 있는 사람들의 말하기’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발음이 정확하거나 말을 유창하게 한다는 뜻일까. 이 원장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사람과는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까.’
그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말하기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말을 잘한다는 건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고, 그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의미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매력적인 말하기에는 어떤 요소가 있는지를 실용적으로 담아보려고 해요.”
말하기를 기술이 아닌 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유다.
![]() ▲ 이서영 원장 저서 '일과 관계가 술술 풀리는 목소리의 비밀' |
한 권의 책에 빼곡하게 남은 흔적
수강생들의 변화는 때때로 숫자나 성과로 설명하기 어렵다.
60대 이상의 한 여성 수강생은 이 원장이 출간한 책을 교재로 사용하면서 책 곳곳에 표시와 메모를 남겼다. 마치 수험생처럼 책을 공부한 흔적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 원장은 오히려 자신이 쓴 책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제 첫 책도 제가 열심히 쓴다고 썼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자신의 음성을 변화시키고 말하기를 바꾸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또 다른 수강생은 20대 남성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대인관계에서 상처를 받으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했고, 성인이 된 뒤에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수업은 말하기만을 고치는 과정으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말을 영상으로 찍고 다시 들어보고, 대인관계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하나씩 들여다봤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 원장이 말하는 스피치 교육의 의미가 바로 이런 순간에 드러난다.
목소리를 고치는 것이 시작이었지만, 변화한 것은 결국 한 사람의 생활이었다.
![]() ▲ 사투리 교정 강의 (사진 = 하우투스피치학원) |
“사투리도 교정하는데 원리와 공식이 있어요”
하우투스피치교육원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 사투리 교정이다.
대구 출신인 이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투리 억양을 표준 억양으로 교정하는 방법을 유튜브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관련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북한이탈주민이나 중국에서 온 한국어 학습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교육원을 찾기도 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감’이 아니라 원리다.
“사투리 교정도 음성 교정의 하나예요. 표준 억양에는 원리가 있고 공식이 있어요. 음절별 억양의 변화를 알아야 하고, 그 원리를 기술적으로 적용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교정할 수 있어요.”
나이가 들면 사투리는 고칠 수 없다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억양의 문제뿐 아니라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이미지까지 함께 살펴야 하지만,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린 시절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자신 역시 그런 변화를 직접 경험했다.
![]() ▲ 이서영 원장 연구 논문 (사진 = 하우투스피치학원) |
스피치교육의 전문성은 학문적 근거에서 시작된다
이 원장이 스피치 업계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전문성이다.
누구나 유튜브를 할 수 있고, 자신의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어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시대다. 방송인 출신이라는 경력이나 미디어 노출 역시 자신을 알리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교육은 다른 문제라고 그는 말한다.
“커뮤니케이션과 스피치 분야의 근거가 개인의 생각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심리학적 근거일 수도 있고, 음성학적 근거일 수도 있다. 자신이 오랜 시간 교육하면서 축적한 데이터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교육자의 주장에는 그에 맞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사상이나 누구나 알고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스피치 교육의 전부처럼 전달한다면 결국 업계 전체의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유명해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 사진 = 하우투스피치학원 |
10주년, 스피치교육의 대중화를 위한 방향
하우투스피치교육원은 내년 10주년을 맞는다. 이미 1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원장이 바라보는 다음 장면은 오프라인 교육원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그가 구상하는 것은 스피치 애플리케이션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말을 입력하면 음성적인 취약점과 말하기의 문제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여기에 구독형 교육과 화상으로 만나는 스피치 강사까지 연결한다.
지금은 교육원을 직접 찾아와 비용을 내고 수업을 받아야 하지만, 기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말하기를 진단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제가 지금까지 교육하면서 쌓은 데이터가 있으니까, 그걸 바탕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 음성 교정이나 말하기 기술을 체득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싶어요.”
9년간 사람을 직접 만나며 축적한 경험을 이제 더 많은 사람에게 확장하는 일. 그것이 10주년 이후 그가 그리고 있는 새로운 방향이다.
▲ 사진 = 하우투스피치학원 |
“스피치 교육은 말을 못하는 사람만 받는 게 아니에요”
인터뷰의 마지막, 이서영 원장은 스피치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의외의 이야기를 건넨다.
스피치 교육은 말을 심각하게 못하는 사람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에게 필요한 공부라고 말한다.
자신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지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목소리가 이래’, ‘말을 잘하는 건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에게 말하기는 결국 생각의 차이고, 생각은 삶의 방향과 연결된다.
그래서 스피치 교육원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공적말하기를 잘하기 위한 선택에서 나아가 자신의 가능성을 조금 더 넓혀보기 위한 시도에 가깝다.
“스스로 본인의 한계를 정하지 않고 확장성 있게 발전하려면 자기 안에서 뭔가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생각이고, 말하기고, 음성인 것 같아요.”
![]() ▲ 사진 = 하우투스피치학원 이서영 원장 |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 오래 남은 것은 화려한 경력보다 오히려 이 원장의 말투였다.
뮤지컬 전공자답게 목소리는 선명했고 전달력은 좋았다. 기자가 들어서는 순간 환한 미소로 맞아준 모습에서는 자연스러운 여유와 매력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자신을 과하게 포장하지 않는 태도였다. ‘잘 말하는 사람’이란 결국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말을 정확하게 건넬 줄 아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하우투스피치교육원은 단순히 말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공간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을 다시 바라보도록 돕는 곳에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어쩌면 이서영 원장이 9년 동안 가르쳐온 것은 스피치 그 자체가 아니라, ‘나는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하우투스피치교육원의 교육과 프로그램, 향후 활동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클릭 시 이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 MODA TV - YouTube
블로그 : 입소문난 하우투스피치
홈페이지 : 이서영의 하우투스피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