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연합뉴스] 김준수 기자 = 그동안 5편의 칼럼을 통해서 살펴본 것처럼, 「감정평가 실무기준」은 상위법령과 결합해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법령 보충적 행정규칙'으로 인정된다. 이론상 감정평가사가 실무기준을 위반하면 그 감정평가는 위법·부당한 것으로 취급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서 법원은 감정 결과에 대해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오랫동안 적용해 왔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2, 67619 판결 등). 이는 감정평가 결과에 대한 폭넓은 사법적 존중, 즉 감정평가사의 전문적 재량을 두텁게 인정하는 태도다.
이 때문에 실무기준의 특정 조항(예: 개별요인 비교 시 행정적조건 반영)을 소홀히 한 감정평가라 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재량의 범위 내"로 보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면, 실무기준 위반이라는 사실만으로는 감정평가의 위법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진다.
나아가 상반되는 여러 감정 결과가 있을 때 법원은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그중 하나를 채택하거나 일부만 채택할 수 있어(대법원 2012. 1. 12. 선고 2009다84608 등), 실무기준의 대외적 구속력이라는 이론과 소송실무에서의 폭넓은 재량 존중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본 칼럼은 조합원이 이런 사법적 존중의 벽을 넘어 실무기준 위반을 인정받으려면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를 짚는다.
목차
두 개의 원칙이 부딪히는 지점
실무기준의 대외적 구속력, 다시 보는 이론적 위상
법원의 감정 결과 존중 원칙, 판례가 말하는 '현저한 잘못'
자유심증주의와 상반된 감정 결과의 처리
왜 이 간극이 조합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가
'현저한 잘못'을 입증하기 위한 실무적 시사점
개선 방향 제언
Q&A
맺음말
1. 두 개의 원칙이 부딪히는 지점
앞선 칼럼에서 감정평가 실무기준이 법령 보충적 행정규칙으로서 상위법령과 결합해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판례 법리를 살펴봤다. 이 법리대로라면, 감정평가사가 실무기준의 특정 조항(예: 730-3.1의 균형 유지 원칙, 개별요인 비교의 행정적 조건 반영)을 위반했다면, 그 감정평가는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마땅하다고 사료된다.
위 규정의 균형 유지 원칙은, 종전자산 감정평가가 조합원들 사이의 상대적 출자 비율을 정하기 위한 것이므로 출자 자산의 가치에 따라 상대적으로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례의 과천정비사업구역의 경우 2개의 감정평가가 종전자산 감정평가를 실무기준 ‘730-3.1 종전자산의 감정평가’ 규정의 공시지가기준법에 의한 조합출자인 토지면적을 기준으로 평가하지 아니하고, ‘600-3.1.3 구분소유 부동산의 감정평가 규정’의 거래사례비교법에 의한 건물면적을 기준으로 하여 면적비교치를 산정함으로써, 당초부터 출자 자산의 상대적 가치 비율의 산출이 어렵게 되어 균형 유지가 이루어질 수 없어진 점은 문제가 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그런데 실제 소송에서는 전혀 다른 원칙이 강하게 작동한다. 법원은 감정인의 감정 결과에 대해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이 원칙은 감정평가라는 전문 영역에 대한 사법부의 겸양을 반영한 것이지만, 동시에 실무기준이라는 '규범'이 소송이라는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된다.
2. 실무기준의 대외적 구속력, 다시 보는 이론적 위상
법령 보충적 행정규칙 법리에 따르면, 감정평가 실무기준은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부령)」의 위임에 따라 그 내용을 보충하는 규범으로서, 위임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상위법령과 결합해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다.
대법원이 "감정평가 관계 법령이 정한 기준과 방법에 명백히 반하는 감정평가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부당감정으로 추인된다"는 취지로 판시해 온 것(대법원 96다52427 판결 등)도 바로 이 이론적 기초 위에 서 있다.
이 법리만 놓고 보면, ‘실무기준 위반은 위법한 감정평가와 같다’라는 등식이 비교적 선명하게 성립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등식이 실제 소송에서 그대로 관철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다음 장에서 살펴볼 '현저한 잘못' 기준 때문이다.
3. 법원의 감정 결과 존중 원칙, 판례가 말하는 '현저한 잘못’
대법원은 반복적으로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6다67602, 67619 판결 등 참조).
나아가 감정 결과 일부에 오류가 있더라도, 감정 사항 전체가 서로 모순되거나 매우 불명료하지 않은 이상 감정 결과 전부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문제 되는 부분만 배척하고 나머지는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법리도 확립되어 있다(대법원 2012. 1. 12. 선고 2009다84608, 84615, 84622, 84639 판결 등).
이에 반해, 대법원은 감정평가 관계 법령이 정한 기준을 무시하고 자의적 방법에 의하여 대상 토지를 감정평가한 경우 감정평가업자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부당 감정을 근거로 하여 현저한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96다52427 판결 등 참조).
이 법리는 감정평가뿐 아니라 법원 감정 전반(신체감정, 시가감정 등)에 적용되는 일반 법리다. 문제는 이 '현저한 잘못'이라는 기준이 상당히 높은 문턱이라는 데 있다. 단순히 "실무기준의 특정 조항을 충실히 적용하지 않았다"는 정도로는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현저한 잘못'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법원은 감정평가사의 전문적 판단, 즉 개별요인 비교에서 어떤 격차율을 적용할지와 같은 부분을 상당 부분 감정평가사의 재량 영역으로 존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무기준이 '법규성'을 인정받는다는 이론적 명제와, 그 위반이 소송에서 '현저한 잘못'으로 인정되어야 비로소 감정 결과가 배척된다는 실무 법리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전자는 규범의 지위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그 규범 위반을 소송에서 어떻게 입증하고 판단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어서, 이 둘이 자동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4. 자유심증주의와 상반된 감정 결과의 처리
여기에 더해, 민사소송의 기본 원칙인 자유심증주의도 이 간극을 넓히는 요인이 된다. 대법원은 "동일한 사항에 관하여 상반되는 수개의 감정 결과가 있을 경우" 법원이 자유심증에 따라 그중 하나를 채택하거나, 심지어 하나의 감정 결과 중 일부만을 채택해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이는 법원에 폭넓은 증거 평가 재량을 부여하는 원칙으로, 소송당사자가 아무리 실무기준 위반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감정 결과(또는 그 일부)를 그대로 채택할 재량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원고) 측이 실무기준 위반을 주장하려면, 단순히 "실무기준 몇 조를 위반했다"는 지적을 넘어, 그 위반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정도의 현저한 잘못"에 해당한다는 점까지 구체적으로 논증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다.
5. 왜 이 간극이 조합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가.
이 간극은 정보와 전문성에서 열세인 개별 조합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첫째 조합원은 실무기준 위반 사실의 입증과 위반 사항이 '현저한 잘못' 일하는 규범적 평가까지 함께 입증해야 한다.
둘째 전문가 증인과 사감정의 필요성 증대다. '현저한 잘못'을 논증하려면 통상 별도의 감정평가 전문가를 통한 사감정(私鑑定) 또는 법원 감정을 신청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조합원들에게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진다.
셋째 재량과 위법의 경계가 사건마다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명확한 정량적 기준이 없다 보니, 유사한 문제라도 법원마다, 사건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다.
6. '현저한 잘못'을 입증하기 위한 실무적 시사점
그렇다고 해서 이 간극의 벽을 넘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판례의 문언을 뒤집어 보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갖출수록 '현저한 잘못'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첫째는 명확한 정량적 비교다. 문제 되는 개별요인(예: 용적률) 격차율이 실제 공법상 수치(용도지역별 법정 용적률)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는 것이다.
둘째는 동일 기준의 불균등 적용을 입증하는 것이다. 같은 감정평가서 내에서 유사한 상황의 다른 블록·필지에는 적용된 기준이, 문제 되는 블록에는 왜 다르게 적용되었는지의 불일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는 실무기준 문언과의 직접 대조다. 실무기준 730-3.1 등 구체적 조항의 문언과 감정평가서의 기재 내용을 나란히 대조해, 문언상 요구되는 사항이 기재·반영되지 않았음을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넷째는 복수의 사감정·전문가 의견 확보다. 가능하다면 별도의 감정평가 전문가를 통해 문제 되는 부분만이라도 재검토를 받아, 법원의 자유심증 형성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마련, 이를 재판부에 제공하는 것이다.
7. 필자의 개선 방향 제언
실무기준 위반과 손해배상·행정소송 상 위법성 판단 기준의 연계 강화가 중요하다. 실무기준의 핵심 조항(균형 유지, 행정적 조건 반영 등) 위반이 확인되는 경우, 이를 '현저한 잘못'이라고 판단 함에 있어 유력한 근거로 고려하도록 하는 법리적 정리 또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정비사업 감정평가에 특화된 법원 감정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 법원이 도시정비평가 관련 재감정을 명할 경우, 실무기준 730편의 핵심 원칙(균형 유지, 행정적 조건 반영)에 대한 소명을 필수적으로 포함하도록 하는 감정 사항 표준양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조합원의 사감정 접근성 제고도 중요하다. 소송 전 단계에서 조합원이 합리적 비용으로 개별요인 비교의 적정성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받을 수 있는 공적 지원 체계(예: 한국부동산원·소비자보호기관 등을 통한 저비용 사전검토 서비스)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8. 자주 묻는 질문 Q&A
Q. 감정평가 실무기준을 위반하면 그 감정평가는 자동으로 무효가 되나요? / A. 아닙니다. 실무기준은 상위법령과 결합해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규범이지만, 소송에서는 법원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현저한 잘못"이 있는지를 별도로 판단합니다. 실무기준 위반 사실만으로 곧바로 감정평가가 위법·무효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 법원은 왜 감정 결과를 폭넓게 존중하나요? / A. 감정평가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이어서, 법원이 그 전문적 판단을 세세하게 대체하기보다는 명백한 오류가 없는 한 존중하는 것이 사법부의 일반적 태도입니다. 이는 감정평가뿐 아니라 신체감정 등 다른 전문 감정 분야에도 적용되는 공통 법리입니다.
Q. 그렇다면 실무기준 위반을 소송에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A. 단순히 조항 위반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위반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현저한' 수준임을 구체적 수치와 비교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별도의 전문가 사감정을 통해 뒷받침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Q. 상반되는 감정 결과가 있으면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나요? / A.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법원이 어느 하나를 채택하거나, 하나의 감정 결과 중 일부만 채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조합원 측이 별도로 확보한 사감정 결과가 있더라도, 법원이 반드시 이를 채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Q. 이런 사법적 존중 원칙이 결국 조합원에게 불리한 것 아닌가요? / A. 구조적으로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전문성과 자원에서 열세인 개별 조합원이 '현저한 잘못'까지 입증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 제안한 것처럼, 실무기준 위반과 위법성 판단 기준을 더 명확히 연계하는 법리적·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9. 맺음말
감정평가 실무기준이 '법규성'을 갖는다는 판례 법리와, 법원이 감정 결과를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존중한다'는 또 다른 판례 법리는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다만 조합원이 감당해야 할 입증의 무게가 예상보다 훨씬 무겁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실무기준이 진정한 규범력을 가지려면, 그 위반이 소송에서도 실질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통로가 지금보다 더 명확해져야 한다.
※ 본 칼럼은 특정 판결이나 특정 감정평가법인의 법적 책임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정평가 실무기준의 법규성과 법원의 감정 결과 존중 원칙 사이의 관계를 짚어 제도 개선을 위한 공론화에 기여하고자 작성되었다.
[칼럼제공]
중소기업연합뉴스 김준수 회장




















